hkbyun.egloos.com

개인의 기록과 소통의 욕구가 공존하는

포토로그 마이가든



닥치고정치



설득당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을 쓱 보니 거만한 말투에다가 김어준의 엄청난 자기애가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정신을 집중하여 설득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책을 다 읽을 즈음 내 생각이 바뀌어있었다.

앞선 글에서 비판했던 박경철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자기언어로 쓰여있고 자기 철학이 담겨있다. 거기다 말투는 가벼울지언정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은 것이, 김어준의 직접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숙고한 결과 얻은 철학들이 담겨져있다. 이 사람, 인간을 파악하고 사회현상과 흐름을 분석하는데에 탁월한 재능이있는 것 같다. 작년 초에 인터뷰한 것인데 그때 김어준이 예상했던 것들이 지금 현재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 꽤 있어서 재밌다.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녹취록을 그대로 옮겼는지, 그걸 편집했는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날것 그대로이다. 가끔 욕도 섞여 있고 농담도 하고. 그래서 어려운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마치 잡지를 보듯이 술술 읽힌다.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덕분에 관심이 좀 생겼다. 그동안 뉴스에서 정치얘기가 나오면 그저그냥 hearing할 뿐이었는데, 이제 listening이 좀 된다.사실은 내가 아직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고, 따라서 이해관계에 전혀 얽히지 않아서 그런지 미안한 말이지만 스포츠경기를 보듯이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방관자처럼 굴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조선일보, 한겨레, 인터넷 기사들, 거기에 달린 댓글들, 트위터, 페북. 서로 경쟁하듯이 자기 의견을 쏟아내고 있고 누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느게 옳도 그른것이 판단하기어려운 세상속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어떤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이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나의 철학을 구축해야겠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작년 여름방학에 박경철씨가 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을 읽었다. 박경철씨가 의사로서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그것을 바라보는 박경철씨의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시각이 인상깊었던 책이다. 그 책을 읽고 나도 마음 따뜻한 의사가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고, 그 후로 박경철씨는 내가 존경하는 인물중에 한 분이 되었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이 워낙 바쁘기도 하고 정치,사회적인 사안들과 거리가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박경철씨는 의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학 외에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열심히 사회활동 하시는 모습이 대단하다 생각했고 존경스러웠다. 박경철씨를 이렇게 액티브한 인생을 살도록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박경철씨는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까? 궁금했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마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실망스런 책이었다. 요새 K-POP 스타에서 박진영이 참가자들에게 말하는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심사평이 애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생각이 딱 그것이었다. 이 책에는 진정성이 빠져있다.

  박경철씨 글의 매력적인 이유는 읽기 쉽고, 유머러스하며, 본인의 인생이 담겨 있고, 그러면서도 생각의 깊이가 얕지 않고 읽는 이에게 깨달음을 주는 혜안이 담겨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려운 철학책들만 줄줄이 인용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본인의 인생과 가치관은 덜 드러나있다. 박경철씨의 개성이 빠져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장만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며 이것 저것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평소 존경하던 대학 선배와 술한잔 하면서 듣는 인생얘기같은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 조회 시간에 듣던 교장선생님의 지루한 훈화말씀같다. 
 
   박경철씨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시키기에 본인 스스로의 권위만으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이미 검증이 되어있는 고대의 철학자들이나 다른 훌륭한 사람들의 권위에 기대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인용들이 박경철씨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 짓기에는 다소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박경철씨가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지만, 그 지식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그의 노력은 실패한 것 같다.



P.S. 이런 비슷한 책을 읽고 싶은 청춘들에게 이 책 대신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추천합니다!
P.S. 그런데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이 책에 비슷한 내용이 많지 않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베스트? 스테디? 생각들

  요새 남아 도는게 시간이라서 반강제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마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 무척이나 고민된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영화는 잘못 선택하면 두시간남짓 버리면 그만이지만 책은 잘못 선택하면 자칫 소중한 주말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저번 주말을 로스트심볼과 함께 보내고 나서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다.-0-) 그렇게 고민고민하다가 도저히 모르겠으면, 결국엔 네이버 검색창에 '책 순위'라고 친 후 20위 안에 드는 것 중에서 선택해버리곤 한다. 

  그렇게 고른 책들은 확실히 빨리 읽히고, 재미있고, 또한 전해지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그런데 읽고 나면 뭔가 가벼운 느낌이 든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확실히 패스트푸드는 아니고 고급스런 한정식이다. 하지만 미원이 팍팍들어갔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내가 어려운 고전들을 읽을 능력이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솔직히 어렵다. 책장넘어가는 속도도 느리고, 작가가 무슨말을 하는지 주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답답한 기분이다. 하지만 어려운만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읽기 때문에, 단순암기쪽으로 특화돼버린 내 대뇌피질이 오랜만에 진정한 지적유희를 느낀다는 점이 좋다.

  그렇지만 요새는 베스트셀러에만 손이 가버린다. 나도 이게 오만한 생각인건 알지만 베스트셀러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책을 술술 잘 읽을 수 있냐 하면 고전은 어려워서 또 못 읽는다. 네이버를 멘토로 모시고 있는 나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진짜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을 읽을 때 갖는 기대 생각들

  내가 첫 임상실습 나갔던 병원은 장사가 아주 잘 됐다. 하루에 환자를 수백 명을 봐야 하니까 선생님은 목이 아파서 소형 마이크를 쓰고 계셨다. 1분에 한 번씩 환자가 들락날락하니까, 지켜 보는 나도 정신이 없었으니 선생님은 오죽 하셨을까. 그래도 아무리 힘들다고 하지만 솔직히 다른 선생님들이 보면 부러워할 일이다. 로컬에 계신 선생님들을 뵙게 되면, 나에게 어떻게든 병원에 남으라며 충고해주시니 말이다.  
 
  실습 마지막날 선생님이 맛있는 걸 사주신다고 하셔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거기서 선생님이 와이프를 만나신 얘기, 선생님의 학창 시절 얘기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병원이 잘 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확실히 그동안 의아했던 것이 병원이 딱히 크고 깔끔한 것도 아니었으며, 선생님이 환자들을 살갑게 대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선생님이 약간 갸우뚱 하시더니 담담하게 하신 얘기가, 자기가 어렸을 때 섬에서 자랐는데, 그 때 본인도 형편이 좋지 못했고, 이웃들도 형편이 안좋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점에서 환자들이 은연중에 본인을 좀 더 편하게 느끼지 않았나... 하고 말씀하셨다.(병원이 임대아파트 주변에 있어서 주로 오는 환자들이 힘든일 하시는 노인분들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답변과 달리, 화려한 화술이나 의사로서의 뛰어난 실력을 말씀하신게 아니라, 다소 소박하고 조금은 의외인 대답이었다. 

  나는 보통보다 약간은 풍족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배우고 싶은건 왠만하면 다 배우고, 입시 때에는 비싼 학원도 다니면서 이렇게 의대에 들어왔다. 내가 자라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길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면 덜컥 겁부터 나고 거부감이 든다. 앞으로 나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가 될까? 아니면 반대로 환자분들이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될까? 설령 부단히 노력해서 환자에게 어떠한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도, 그 환자의 처지가 내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은 피상적인 것에 머물수밖에 없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하는 약간의 기대가, 책을 통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간접 경험하다 보면 환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확실히 영화보다 책은 더 강렬하게 감정이입이 된다. 영화는 2시간 남짓이면 끝나지만 책은 몇날 며칠을 붙잡고 있으므로, 그 기간의 차이에도 기인하고,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큰 활자란 매채의 특성에도 기인한다.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이나 수필의 작가들과 소통하다보면, 섬에서 나고 자란 그 선생님의 친근함을 나도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이왕이면 글을 쓰면서 하는 약간의 기대에 대해서도 말해보고 싶다. 나는 나중에 글을 통해 내가 가진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꿈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처럼 병동에서 있는 일을 재밌게 엮은 수필집도 좋고,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처럼 내가 가진 의학 지식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좋다. 그러기 위해서 아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내가 한 번 쓴 글은 꼴 보기 싫어질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 누구에게나 술술 읽힐 정도로 아주 쉬우면서도, 경험과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서 진정성이 묻어나는, 그런 글을 쓰는게 꿈이다. 하지만 나에게 너무나도..............................................어려운 일이다......................................................흑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2 영화


"You know why the Yankees always win, Frank?"
"Cause they have Mickey Mantle?"
"No, it's 'cause the other teams can't stop staring at those damn pinstripes."


"Sometimes it's easier livin' the lie."

"You didn't call just to apologize, did you?"
"What do you mean?"
"You have no one else to call."



요새 하루에 한 두개씩 매일같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선택하는 영화마다 너무 좋은 영화라서, 이러다가 이 세상의 명작을 이번 방학에 다 봐버리게 되는거 아닌가 걱정이다. 명작은 좀 아껴두어야 하는건가?

20대 때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주 멋있다! 그의 연기도 그의 외모만큼이나 빛난다!

사기를 치면서 거짓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허무함과 두려움이 드러나는 장면이 인상에 남았다. 특히 칼과 프랭크의 통화 장면에서 그가 느끼는 심리적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자신을 쫓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 때, 그것도 쓸쓸한 목소리로.  

시간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구성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된다. 특히, 처음 도입부에 TV쇼로 시작하는 부분이 신선하다.

영화 초반부는 그가 어떻게 하여 그런 천재적인 사기꾼이 될 수 있었는지 배경을 제시한다. 프랭크가 사기를 쳐서 아버지가 학교로 불려가게 됐는데, 오히려 프랭크에게 미소 지으며 눈을 찡긋 한다. 그런 그의 아버지의 가르침은 여느 부모와는 아주....... 달랐다:)

몇 번이나 잡힐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허를 찌르는 기발한 방법으로 사기를 친다. 특히, 칼과 프랭크의 첫 대면. 꼼짝없이 잡혔구나 했는데 태연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에 감탄해서 이 때부터 영화에 몰입해서 보게 된 것 같다.

사기꾼이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특히 그가 이혼한 부모님이 재결합 할 거라는 바보같은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10대 소년의 모습일 땐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이혼하고 딸과 헤어져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칼과, 부모가 이혼한 사춘기 소년인 프랭크. 쫓고 쫓기는 관계의 그들인데, 처해있는 환경이 묘하게 상보적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연민을 느꼈나보다. 칼이 프랭크에게 지금 도망가면 밖에 잠복한 경찰들 때문에 죽을 것이라고 경고 한다. 이 말이 거짓말일까 아닐까. 프랭크는 칼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둘이 함께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주위가 고요하다. '역시 거짓말이었군' 생각했는데 그 순간 요란하게 싸이렌이 울리며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싸이렌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적대적이었던 둘의 관계가 확! 반전된다. 캬~ 진짜 영화 잘 만든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같은 스토리가 실화라는데서 오는 여운도 찡하다. 


 


1 2